목수 썰푼다

18년 10월의 목공일기

덜소유구도자 2018. 12. 16. 17:35

어서오세요~~~

자 10월의 일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제가 작년 8월쯤에 만나서 같이 일을 시작했던 목수동기형아가 있는데요.

아주 영업도 잘하고 사람이 성실하고 인간됨됨이가 된 형이있어요.

그 형이 저에게 오랜만에 연락이와서 어떤 반장님 밑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같이 해보지 않을래? 해서 들어갔서 셋이서 일을 했던게 10월이네요.

근데 여기서도 문제가 있었던게 있는데

처음에 의사소통이 잘못돼서 월급 180으로 일을 하는 조건이었대요;;

저한테는 일당이라고 얘기했었거든요. 완전 속았죠.

얘기잘하고 나왔습니다.



* 성내동 식당

아는 형이 톱다이를 못켠다고 갑자기 톱다이 강좌가 시작됐습니다.

옆에서 보고있다가 갑자기 톱다이 켜보라길래 켰는데 무난하게 합격입니다.

한두번 켜는것도 아니고;;

톱다이는 위험하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온돌방 옆에 허벅지까지 오는 가벽에 MDF를 치고 그위에 5미리 정도 턱을 줘서 벽상판을 마무리 합니다.

그렇게 하면 상판덮은것 보다 벽이 상대적으로 5미리가 들어가니까 그 벽위에 5미리 낙송합판을 취부하면

마감이 이쁘게 떨어지겠죠?

저 낙송쫄대를 붙일 때도 중간중간 수직을 봐줘야 합니다.

그렇게 어려운 작업은 아닙니다만, 여기도 바닥 마감이 데코타일이었나

아니면 저대로 마감이라 그래서 타이트하게 맞추느라 좀 오래걸렸죠.

아무리 쉬운공정이어도 마감이 무엇이냐, 현장상황이 어떠냐에 따라서 반나절일이 하루, 이틀로 늘어나는

상황을 굉장히 많이 봐왔습니다.

그래서 견적을 잘~ 내야죠. 하지만 어느 공사현장을 가던지 일 늘어나는건 비일비재 하더라고요.

싼값에 불러봐야 결국엔 품이 추가되니까 업체사장님들도 도급을 선호하시더라고요.

목수는 돈 못받으니까 도급을 싫어하고.. 



* 강남 율현동 슬라임 카페 공사


여기 현장에선 잡일이 꽤 있었어요.

천장뜯어내야 했는데 시부레 그거 헤라가지고 다 긁어내고 아이소핑크 썩어가지고

미세먼지 오지게 처묵처묵했네요.

이거는 이사오고 나서 신발장이 없길래 현장에 OSB 합판 남는걸로 

신발장 선반 하나를 사리사욕 봤습니다.

대충쓰다 버리려고 했는데 아직까지도 잘 쓰고 있습니다.

본드붙이고 타카핀 한 각각 5개정도 밖에 안쐈는데 생각보다 튼튼하네요.

저 위에다가 지금 소화기도 올려놓고 별에별거 다올려놨는데 갸~튼튼해요.

205 본드를 무시하지 마십시요 ㅋㅋㅋ

아 그리고 경첩보링 하는법도 배웠네요. 가구공장에서 배웠는데 잊어버렸다가 다시 복기했네요.

26mm or 35mm

다했다고 반장님한테 전화하니까 벌써다했냐하시네요.

제가 일할 때 신중하게 하는 편이라서 스스로 좀 느리다고 생각하는데 

반장님 기준에서는 빠른편인가 봅니다.



데크 피스박을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이것도 제가 다했습니다.

이날 허리 뿌사지는 줄 알았네요 ㅋㅋ 그래도 해놓고 나니깐 또 성취감이 있어서

힘들 틈이 없어요.


천장뜯어낸거 사진찍어뒀네요.

처음에 언급한 형이랑 이거 같이 뜯어내느라고 똥쌌습니다.

저러고 나서 천장 레벨봐서 석고로<<< 잡았습니다 ㅋㅋㅋ 석고로요 ㅋㅋ

이상하다고 아닌것 같다고 생각해서 한두번 어필해봐도 안먹히면  그냥 시키는대로 해야죠 뭐



일하다 좀 마음에 들으셨는지 마지끼리 하나 연장해서 세우라고 하시더군요.

마지끼리 = 가벽 = 가베 = 칸막이 뭐 부르는 말이 많아요.

그냥 맘에 드는거 골라서 쓰면 다 알아듣습니다.


여기는 중간에 급하다그랬나? 일이 좀 떳었나? 그래서 목조주택 내장하는데 와서 잠깐 도와줬습니다.

석고를 폼으로 쏴서 타카핀 몇개로 가고정해놓고 치는곳인데

제가 생각해도 잘쳤다고 자만할정도로 잘쳤는데 사진은 없네요.


* 성내동 현장 마무리단계

같이 일했던 형이 마무리 단계 사진찍어서 보내줬는데 이쁘네요.

마루까는법도 이날 배웠습니다 ㅋㅋㅋ 저는 이제 마루도 깔줄 알아요 ㅋㅋ

마루까는거 기공불러야 되는거 아니냐고 업체 사장님이 안절부절했었는데

우리 목공반장님은 믿음이 굳건합니다. 저희들은 할 수 있을거라며 밀어붙였습니다.

결국엔 마루가 오지 않아서 직접시공은 하지 않았지만 미리 깔아둘겸 마루 3단정도 짤라본결과

뭐 별거 없었다.. 는 결론이네요. 어렵지 않은 작업이에요. 대신에 손이 많이 갑니다.


이렇게 까지 마무리 해놓고

인기통에 20만원 짜리 중목구한다고 인천에서 소환장이 있길래 지원했더니

초청장이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처음 일배울 때 정떨어져서 손절했던 그 욕쟁이 반장님을 만났습니다... ㄷㄷ

마주쳤을 때 뭐됐다고 생각했는데 세월이 지나니 많이 인자해진 모습에 깜짝쓰 놀랬습니다.

욕도 별로 안하더라고요. 

차라리 욕을해!!!! 라고 생각할정도로 insane했습니다.


이거는 제가 도란스걸고 덴조상걸었던거구요.


얘 이것두요.

이거는 반장님이랑 같이 커튼박스 작업했던 것입니다.

오랜만에 욕쟁이 반장님 만나서 하는데

뭐 그동안에 증오와 두려움. 뭐 생각만하면 욕밖에 안나왔던 사람인데

막상 또 같이 일하니까 옛정도 떠오르고 그랬네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료도 없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래도 아직 부정적인 인식이 사라지진 않습니다.

때린놈은 기억못해도 맞은놈은 잘기억합니다.



이것도 커튼박스 같이 짜올린건데 재밌네요 ㅋㅋ

예전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이거는 1년만에 만난 반장님이랑 얼마나 컸는지 한번 볼까? 해서 

내기아닌 내기를 했던 벽이네요 ㅋㅋㅋ 

일당 값어치해야된다는 압박감과 뒤에서 반장님 지켜보고 있고~

친선경기지만 나름 또 긴장도 되고

벽은 잘 세웠습니다 ㅋㅋ 반장님보다는 확실히 속도는 덜나왔네요ㅋ

이날 많이 느꼈습니다.

늘상 하던게 목상잡는건데, 기본중에 기본인데 속도내기하니까 버벅이네요.

레벨기도 없고요.

그래도 차근차근히 복기해가며 책임감 있게 시공을 해놓고 나니까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야 한다고 깨달았습니다.

그간에는 시키는 것만 했다면 20만원짜리 받으려면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책임져야하는 

시공을 해야 했던 것입니다. 


후속공정에 전선이 어떻게 들어올지 모르니 고정목을 요꼬로 걸지말고 다대로 걸어라 라는

반장님의 충고에 힘입어 두번째 벽은 다대로 걸었습니다.

역시 훨씬 빠릅니다. 레벨기도 가지고 들어갔죠ㅋㅋ

욕쟁이 반장님은 욕만안하면 일은 진짜 잘합니다.

제가 봤던 사람중에 제일 잘해요. 그 아무도 이길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말처럼 성격이 흠이에요.

일은 진짜 오지게 잘합니다. 여전히 잘해요 ㅋㅋ



* 부천 상가.. (욕나오는 곳)


현장은 진짜 화가 많이 났습니다.

인테리어 플랫폼 짜는 사람들이 인테리어 실무 별로 안해봤다고 합니다.

목공 반장을 불러야 되는데 목공작업을 모르니까 나를 불러다 썼던 그런 현장이죠.

이쪽 사업을 이제 시작하는 사람들인것 같았습니다.


이날 일끝나고 집에가면서

인테리어 사무장한테 전화해서 엄청 따졌습니다.

일도 잘모르는 사람이 실장이라고 와서 말도 안되는 작업을 시키는데

저는 일하러 갔으니까 또 해줘야돼고..

심지어 공구도 없어요. 톱다이도 없어.. 타카도 없어..

그래서 그날 부랴부랴 목공반장을 따로 불렀드랬죠... 

오시더니 이사람들 뭔데 커피도 안주냐고 욕하네요 ㅋㅋㅋ


일을 시키면 그냥 그대로 뚝딱 나오는 줄 아는데 상호 소통이 필요합니다.

홈바를 짜달라 했다가 젠다이를 짜달라했다가 ;;

그래서 젠다이 맞죠? 젠다이 짭니다? 이랬더니 알았대요~ 젠다이를 짜던 와중에

왜 다리 넣는곳에 open 안해주냐고 합니다.

젠다이 짜달라면서요? 했더니 자기는 젠다이를 모른답니다.

허허허허허허

그래서 부랴부랴 뜯어내고 다시 도면 수정해서 그리고

사이즈 다시 측정하고 박을려고 하니까

필름작업한다고 분리가 될 수 있게 작업을 해달랍니다.

치수도 부를 때 마다 달라요.

홈바하나 짜면서 데나오시를 3번이나했어요.

중년반장님이었으면 벌써 집어던지고 갔을 포스입니다만.. 

우여곡절 끝에 나온 결과물이 아래 사진이에요.



위에 사진을 보시면 문제있는 부분을 1번 2번으로 표시해뒀습니다.

1번에 MDF가 땜빵으로 들어갔습니다.

이게 젠다이 짜달라했다가 홈바로 바꾸면서 자재없으니까 재활용하다가 일어난 일입니다.

필름돌아가면 크게 표시는 안나지만 그래도 하자.


2번도 역시 자세히보면 단차가 있는데 젠다이를 짜놓은 상태에서 홈바로 바꿨고

그걸 작업하는 와중에 분리가 되게 해달라고 하니까 시공과정에서 단차가 나게 됐습니다;

수정도 안되는게 원래 2번부분은 뒤쪽을 막아버리기로 했어서 각재를 한두께 더 뺐는데 

붙박이 홈바를 분리되는 홈바라는 이상한 방식으로 공정을 수정해서 한두께 빠진 싸이즈만큼 각재가

튀어나와서 마감이 안떨어지는 겁니다.


그날 집에가면서 사무장이랑 실무도 모르는 사람이랑 일을 붙여놓느냐며

이거 내현장도 아닌데 나중에 이러고 나서 AS하라고 할거아니냐 하면서 언쟁이 오가고

사과는 받았습니다만 돈은 아직도 못받았네요. 노동청에 고발했습니다.


이거도 MDF 5미리나 오징어합판 박아야되는데 

9미리짜리 어떻게든 물먹여서 박으랍니다.

조금이라도 더 휘라고 문틀에 저렇게 휘어놓고 왔네요.


맞는것 맞다 아닌건 아니다. 확실하게 얘기를 해줘야 하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꿀리기 싫어서 아는척하면서 그게 맞다고 해버리면

일이 완전 그르치게 됩니다.


국가부도의 날이라는 영화를 최근에 봤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고위직에 있으면 배가 산으로 갑니다.

다같이 망하는 거에요.

세명이 걸어가면 한명한테는 필히 배울게 있다는데

나이어리다고 무시하지말고 모르면 모르는거 인정하고 조언을 들어야합니다.

이 사회에 뿌리박힌 이 지독한 관행이 언제쯤 바로 잡힐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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