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아르바이트 후기] 부동산 상가 분양 영업

덜소유구도자 2017. 2. 12. 16:10

바쁜 현대인을 위해 맨 밑에 5줄요약 있습니다.


지금은 2월인데, 원래 나는 목수를 꿈꾸는 사람이다.

진중한 고민 끝에 골라잡은 진로이고, 꽤 진지한 팀장님을 만나서 잘 풀리나 했더니..

시즌이 비시즌인지라 의도치않게 쉬게되었다.


그 동안 어찌됐든 나는 일을 해야하는 입장이고, 찾아보다가 집근처에 사무실이 있더라.

처음에는 무슨일 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오라고해서 할 일도 없고.. 면접보러 갔다.

집에서 걸어서 5분거리더라. 개꿀ㅋ

가서 면접을 보다가 이런저런 얘기를 했고, 분위기는 상당히 좋았다.

그러던 도중 임금에 대한 질문을 직설적으로 던졌는데

여자 팀장님이 젊어 보이는데 자기는 일한지 3년됐고, 연봉이 3억이란다.


시종일관 똥씹은 표정으로 일관하던 나는 그 얘기를 듣자마자

올라가는 입꼬리를 감출 수가 없으니 퍽 난감했다. 나란남자도 역시나 속물이었던가..

허지만 뉴질랜드에서도 컴퓨터쪽으로 취업하면 시급 80불이었는데 쌩까고 홍합이나 깠으니까.

돈을 쫓아선 절대 해피할 수 없다는 신념으로 애써 입꼬리를 내리며 말을 이었다.

" 돈도 돈이지만 보람있고 행복한 일을 하고 싶다 " 며 썰을 풀자.

팀장님은 바로 말을 짜르고 " 인생의 질이 올라가면 행복해지는건데 사실 돈이 필요하다. 내꿈은 부자였다.

나도 여기저기(유명한 대기업이름을 대며)많이 다녀봤는데 결국은 여기에서 일하게 되었다."

라며 살살 구슬리기를 하더라.

반신반의하며 그래 뭐 어차피 할 것도 없는데 연봉 5-6천 정도 벌 수 있다니, 일도 어렵지 않으니

한번 해보자. 라고 생각하고, 영업특성상 양복도 없어서 양복 새로 맞췄다.

난 왜 이 나이 먹도록 양복하나 없었던건지 모르겠다.

엠비오꺼 저려미로 하나 맞췄는데, 가성비 개꿀 명불허전 지지엠티커


어찌보면 목수와 전혀 관계없는, 어찌보면 뭐 관계가 될 수도 있는 

부동산 영업을 한 후기를 쓰려고한다. (짧은 시간동안 부동산 알짜 지식 잔뜩 쌓았다.)


< 일을 썰명하자면 이런거 >


한마디로 삐끼가 되어서 상가를 팔기위해 오만 약을 다 팔면된다.

다만 근거 있는 약을 팔아야지.

이 일은 용산전자상가 용팔이, 폰팔이, 동대문 보세팔이, 중고차팔이, 나이트삐끼 류 들과

전혀 다를게 없다.

한가지 다른점은 모두 고상하게 일을 한다는 점.

좀 더 비싼걸 판다는 점.


첫주에는 교육을 받는다고 사무실에 가둬놓고 스크립트를 외우거나 아니면

담당 팀장에게 잔소리 비슷한 영업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그 와중에도 나는 끊임없이 의심을 했고 그 의심은 절대로 확신이 되지 않았다.

나의 의심은 아래와 같다.


의심 1. 돈을 확실히 많이 벌 수 있는가?

의심 2. 이게 삐끼랑 다를게 없다면 나는 양아치인가?

의심 3. 보람이 있거나 행복한가?




의심 1. 돈을 확실히 많이 벌 수 있는가? 에 대한 답:


그 들은 나에게 기본급 +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수당은 상가판매 수익의 4% 였다. 업계 최강의 뽀찌였다.

그러나 그들이 처음에 했던 말과는 다르게 점점 기간을 늘렸다.

처음에는 빠르면 한달 길면 세달이면 처음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라고하더니

정작 사람에게 물어보면 "투잡을 뛰며 연명하다가 6개월정도 지나니까 처음 수익을 얻었다."

라는 뚱딴지 같은 말을 듣고는 한다.

또한, 상가를 하나팔면 1억에서 20억정도 된다고 했는데 보통 1억~2억 언저리였다.

계약 대상자 고객 1순위는 아무것도 모르는 평범한 직장인이고 그들이 대부분의 고객층인데

그런 사람들이 기껏 투자할 수 있는 돈이 1~2억 정도이다.

이 경우 평균을 따지면 6개월간 400만원 ~ 800만원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마저도 이전 지역에서 영업하던 사원들이 대다수 지금 지역으로 넘어왔기 때문에

6개월이라는 시간도 미지수가 되었다. 결국엔 사원끼리 경쟁을하고 찢어먹게 됨으로서

진득한 동료애 따위는 기대할 수 없는 진흙탕이 되었다.


그리고 애초에 돈을 많이벌고 적게벌고에 초점을 두지 않았다.

단지 그들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감을 의심한 것이었는데..

팀장이라는 자들이 그 정도 연봉이면 좋은 옷, 좋은 차, 좋은 것을 먹을 법도 한데,

단 한명도 그런 사람이 없다. 심지어 돈을 잘벌고있다던 사원들도 꾸질꾸질하게 다닌다.

팀장이라는 사람은 시트찢어진 국산 중고차, 다른 팀장은 3천만원짜리 국산차를 타고 주차비 몇천원이 

아깝다고 찡찡대던 그들이다.

처자식이 없는 남자는 보통 씀씀이가 헤픈데, 전혀 그런 사람이 없었다.

모두가 저축을 잘하는 바른 사람이거나 돈을 그만큼 벌 수 없거나..

또한 상가를 팔고있는 본인은 상가를 소유하고 있냐는 질문에 당황하며 이상한 답을 했다.

그 모든걸 지켜보고 사원을 통해 수소문을 한 결과 아무도 명쾌한 답을 내주진 않았다. 

많이버는 사람은 많이벌고 못버는 사람은 못버는 것 같다.




의심 2. 이게 삐끼랑 다를게 없다면 나는 양아치인가?에 대한 답:


그렇다 이것은 폰팔이랑 다를게 없다. 

길가던 손님을 잡거나, 무작정 차에 타고보거나, 어떻게 해서든 손님잡아다가 팀장앞에 데려다 놓으면

팀장이 살살 공사를 쳐서 그들을 설득한다.

팀장들 중 한명은 스스로 하는 행위를 " 강매의 일종 " 이라고 표현을 했다.

어떻게든 팔기위해 나이든 으르신을 4시간동안 잡아놓고 공사를 쳤다는 것.

또 그 과정을 2시간동안 관찰하고 면밀히 지켜본 결과 그것은 강매였다.

어쩔줄 몰라하는 어르신들이 집에가고 싶어하는데 고민할 여지를 두지 않기 위해서

정신없이 흔들어놓고 정말 끝까지 붙잡고 놓아주질 않으며 기어이 계약서에 도장까지 

그 자리에서 찍어내게 하는 그 피나는 노력이 나에게는 400~800만원 짜리 수당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편의점에서 1200원짜리 바나나우유를 파는게 아니다.

술집에서 15000원짜리 나가사끼 짬뽕을 파는게 아니다.

수익이 날지도 안날지도 모르는 확률상품을 혀로 구슬려서 붙이기 나름인 가격을 형성해서 팔아넘긴다.

바나나 우유나 나가사끼 짬뽕을 팔아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진 않는다.

상가는 그 특질성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다고 생각해도 그 찝찝함은 계속 따라올 듯 했다.




의심 3. 보람이 있거나 행복한가?에 대한 답:


보람은 커녕 불안하고, 부정하게 돈을 버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확실히 행복하지도 않았고. 

그 대한민국 특유의 사회 시스템이 있는데, 그거는 또 그대로 따르더라.

생산직도 아니고 이런 일은 굳이 수직적인 피라미드 구조가 필요하지 않은 일이다.

영업이라는게 애초에 수평적인 구조로 이끌어져야 시너지가 난다.

예를 들어 사원이 어시스트하고, 팀장이 잘 쪼아서, 이사가 계약서에 싸인을 받아내는 일에

계급장을 들이대며 꼽줄 필요는 없다.

그리고 직급이 높을 수록 일을 더 많이 해야되는데 어떻게 된 놈의 사회가

이사는 방안에 처박혀서 잠이나 처자거나 밖에 나가서 놀다가 끝날 때쯤 기어들어온다.

존나병신같다. 그런 놈이 나갔다 들어오면 빨딱! 일어나서 반가운척 인사를 해야되고 뭐

아침에 출근하면 여기저기 다니면서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다른 팀 대여섯군대 상사들에게 인사를 해야한다.

깍듯이.. 웃으면서.. 이거 진짜 힘들다.

난 꼰대한테 예의갖추는 거 진짜 병적으로 싫어한다.

필요하면 억지로 하는데 할 때 마다 몸이 움찔움찔 거린다. 표정관리도 안되고.

굳이 설명해보자면 내가 진심으로 존경하는 것도 아닌데 왜 내가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 지가 

도저히 납득이 안된다. 마치 내가 노예가 된 느낌이다.

그런 부분들이 되게 불편하게 다가왔다.

목수로 팀장님 밑에서 일할 때는 그냥 어르신들한테 커피 열잔정도만 타주면

인사를 하든 말든 신경도 안썼다.

그냥 봉사하는 마음으로 타드렸고, 다들 나한테 잘대해주셨으니까 기쁜마음으로 봉사했는데

이거는... 나이 많고 직급 높다고 사람 존나 하대하면서 눈 내리깔고 흘겨보는데

하나 같이 다 그런 까칠하고 싸가지없는 사람들.


한번은 예의 차리기 싫어서 집에갈때는 다 쌩까고 우리팀한테만 인사하고 집에 간 날이있는데

다음날 상사가 와서 바로 쿠사리를 줬다.


< 머리를 조아려라 닝겐 >



끝으로 보람도 없고, 재미도 없고, 양심의 가책도 받고

애초에 잠깐하고 말 생각이었는데, 이거 일하면서 정신적 스트레스도 엄청나다. (손님이랑도 상사랑도)

100명이 왔다가 90명이 한달안에 관두는게 이 직업이라고 한다. (출처: 팀장)

팀장은 2억벌 수 있다고.. 30살 안에 통장에 몇억 꽃아준다고.. 자기 믿고 1년만 버티라고 했는데

사양하고 나왔다.. 야호!! 내가 평범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