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수능부터 편입까지 후기

덜소유구도자 2012. 7. 8. 05:41

무언가를 피똥싸게 열심히 해본적이 있는가? 나에게 그 처음은 여기있다.

기억이 선명한 3년의 수험생활이다.



18세 (전문계고 학생)



들어가기에 앞서 자기소개를 하자면 공부와 담 쌓고 살았다.

전문계 고등학교에서 납땜을 너무 많이한 나머지 결국엔 납땜머신이 되었다.

2 학년 겨울방학 때 문득 가슴깊이 어딘가의 쫄깃함을 느꼈다.

1 년 후에 수능이니까..

공고는 3 학년 때 수능준비 vs 취업전선의 갈림길에 접어든다.


본인은 수능을 준비하는 방향으로 갔고 2011 6월모평에서 악마의 잭팟 666을 봤다....

국어 6등급, 수학 6등급, 영어 6등급.. 참 골고루 못한다.

처음으로 느껴본 자본주의에 대한 좌절감이었다.


그 후 8월 쯤 전문학교에서 관계자가 온다. 그 분은 편입에 대해 알려줬고

그 분이 하는 말이 너무 달콤해서 말이 말같지가 않았다.

이 사람이 없었다면 그 고생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중요한 트리거를 당겨준 사람이지만..



19세 (어른이)



대망의 수능날이 찾아왔다.

그 날은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와버렸다. 나는 사실상 아무런 준비가 안되어있었지만..

어머니 아버지에게 경험삼아 한번 쯤 봐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포기했다는 걸 당당하게 말하기는 싫었지만 거짓말 하는 거 엄청 싫어하는 성격이라..;

뭐 시험보고 결론은 5 6 7 ㅋㅋㅋ 

수능은 죽쒔고 재수는 주위에서 다들 뜯어말리니까 엄두가 안났다. 

전문학교를 진학하겠다고 난리치고는 OT가 있기도 전에 원서철회했다.


무엇하나 제대로 결정할 수가 없었다.

선택과 절충뿐이던 인생이라 결정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모험이라는 걸 해보고 싶었다.

내가 할 수 있을 지 없을 지는 모르니까 그냥 던졌다.. 편입하기로..


편입에 입문하여 1달은 정보수집하고, 본격적으로 학점은행제 학생 신청을 한 후에 

거로보카라는 책을 사서 1년을 그거만 봤다.

목표는 학사였다. 어중간한건 싫기도 하고, 꿀이라는 소문을 들었다.


인터넷 시간제 강의를 돌리고.. 완벽히 준비한 컴활을 死번떨어진 고배도 마셨지만

어찌어찌하여 1년동안 56학점을 얻었다




20세 (편입준비생이라 쓰고 백수라고 읽는다)



1학기엔 시간제를 최대치로 수강했고, 독학사 1단계와 2단계에 열올리며, 

컴퓨터운용사를 빡세게 진행했다.

흔히 말하는 본 공부(영어, 수학)할 틈이 없었지만, 시간 날때마다 짬짬히 해놓았으나 불안하다.

정보처리 산업기사를 볼 기간에는 거기에 올인했다. 자격증 떨어지는 순간 계획에 큰 차질이 생긴다.

시험이 끝나고 노원에 편입학원을 찾아가서 다시 기본을 다졌다.

죽기죽기로 수학과외 찾아서 열심히도 달렸다.


원하고자 한 것에 죽도록 노력해본적이 없다. 

설렁설렁 할거다하면서 열망하는 것이 저절로 손에쥐어질까

도둑놈 심보아닌가 돌아봤다. 

내가 비로소 올인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편입시험이었다.


해가 2012에서 2013으로 넘어오면서 피를 말리는 시간이 시작되었다.

1~2월에 편입시험이 있다.

그 간 공부했던 노력의 결실을 맺으러 가야지..

새벽4시에 까만 하늘과 일어나서 10개의 원서를 넣은 각각의 학교에 시험을 보러간다.

너무 멀어서 첫차를 타도 각이 안나온다 싶으면 아예 그 학교 근처 찜질방에서 잤다.

지하철에서는 수학공식을 외우고 초행길 찾아다니고 낯선곳에서 네이버 지도 켜고 돌아다니면 정신이 없다.


2013년 2월20일 까지는 최초합격자발표부터 추가합격자 발표까지 다 나온다.

내가 지원한 대학의 최초합격자발표가 모두 나왔다. 


나는 어떻게 됐을 까?

다떨어짐ㅋㅋㅋ


남은건 예비번호라는 희망고문.. 어떤 대학은  십몇번이라서 기대도 못한다.


그 후 심정은 [제발 아무대나 붙여주세요]가 된다.


최초합격자 발표 이후에는 예비번호 몇개 붙잡고 추가합격자발표까지 3주가량 기다린다....


그 동안에는 그냥 게임에만 푹 빠져있던가, 책을 읽던가, 정말 사람이 고프면 친구를 만났다.

일부러 우울해지지 않으려고 발악을 했다.

별로 사람을 만나고 싶지도 않은데.. 도태될까봐 무서웠다.

친구를 만나도 별 얘기는 안한다. 

나오기 전에 뭘 먹지도 않았는데 뭐가 얹혀서 목아래가 답답하다.


이 맘때가 되면 평소에 받지도 않는 02나 070 등으로 걸려오는

스팸, 대출, 핸드본 바꾸세요 같은 광고전화도 일일히 받는다.

"혹시나" 라는 희망때문에.


사람이 간절히 원하고 노력했던 것이 모두 물거품이 된다면 어떨까.

한 없이 우울해지고, 의기소침해지고, 자기에대한 신뢰감을 잃어버린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뼈로 알았다.


내가 이렇게 멍청한가 싶기도 하고, 간절함과 공부방법이 부족했던 것인가 반성도해보고,

설날에 내려가서는 행여나 누가 대학얘기라도 할까봐 조마조마해서

그 해 대학을 가는 두살어린 사촌동생과 문잠그고 영화만 봤다.

영화보다가 괜히 종이 하나 달라고해서 미래 계획을 세워보기도 했다.


집에 돌아와서는 군대생각, 해외편입 여러가지 변수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복잡해진 머릿 속을 비우려고 아이온 이라는 게임을 했다.

하루종일 게임하다가 밤 10시 정도에 깊은 우울함이 찾아온다. 반복되는 사이클..


그 날도 똑같이 우울함에 젖어서 인던을 돌고 있었다.


핸드폰이 울린다.


"ㅁㅁ대 추가합격전화 입니다. 등록 하실껀가요?"


열심히 노력하고.. 운이 라는 것도 작용했을 것이고.. 기회가 온 것 이다.

성공의 지표가 인서울 대학교는 아니다.

다만 그 동안 싸온 피똥의 무게에 비례하는 것을 얻어냈다.

이건 첫 도전에 대한 성공 후기이고, 앞으로의 행보를 위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자산이다.






Jan.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