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주관적인 생각

무소유전도사 를 버리며

덜소유구도자 2021. 9. 27. 01:57

아 정말이지..

 

누구나 그런 순간들이 있잖아요.

 

내가 절대적으로 믿는 진리가 어쩌면 틀렸을지도 모른다라고 생각했을 때..

 

아니면 그 절대적인 진리와 반대되는 모순된 나를 발견했을 때..

 

결이같은 두 문제가 한꺼번에 오니까 정말이지 멘탈이 탈탈 털려버리고 말았네요.

 

하지만 언제나 답은 무소유였습니다.

 

"내가 왜 힘들지?"

 

"무소유는 틀린 것인가?"

 

"왜 내집을 샀는데 하나도 행복하지가 않지?"

 

그것은 아마 애써 자본주의를 밀어내려고 했던 나와

 

이미 세상에 즐비한 이념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이데올로기와 쉐도우 복싱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불행과 고통속에서 싸워 이긴 것은 하느님의 뜻도 아닌 부처님의 말씀도 아닌

 

오롯이 나 자신안에서 수많은 질문과 그 공명의 대답이었습니다.

 

 

무종교는 대단하며 자기 자신이 종교 그 자체이고 싶은 것은 어쩌면

 

인간성이 있는 인간이기에 그 누구도 그 좋은 말씀들을 따라가지 못하는

 

아마 우주의 티끌같이 작은 휴먼이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마치 나에게 집을 판다고 했다가 팔지 않은 목사님 처럼..

 

그 목사님은 세금신고를 하지 않아서 대출이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원래는 팔려고 했으나 대출이 안나와서 갈아탈 수 없으니

 

너에게 팔기로 했던 집은 그냥 내가 눌러 앉을게 미안~ (실제로 한말)

 

이라고 하더라고요.

 

아니 야팔... 그 정도는 미리 알아보고 내놓으라고..

 

아무튼 그 짧은 2주라는 기간동안 집값은 주에 1000~2000만원씩 상승하게 되었고

 

와따시는 결국엔 상투아닌 상투를.. 아마 목젖쯤인 것 같은데...

 

목젖인지 울대인지 한대 후려치면서 결국엔 존나리 비싼 가격에...

 

그래.. 아마 6개월 전보다 1억은 오른 가격으로 그 집을 매입하게 되었습니다.

 

 

근데 존내 웃긴게 뭐냐면

 

그렇게 무소유하자 덜소유하자 하자고 했던 나 자신이

 

내 새끼와 와이프를 위해 월세인생을 탈출해보고자 했던 나 자신이

 

결국에는 뒤에 재개발 호재가 붙을지 안붙을지..

 

내가 가야만 하는 그 지역에 집값이 오를지 떨어질지..

 

이따위 것들을 심도 깊게 고민하고

 

나에게 집을 매매하지 않은 목사님이 너무 미워서

 

변호사를 찾아가서 20만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이 목사놈을 탈세 및 배액배상, 내용증명 등으로 응징하려는 추악한 모습을 발견했고..

 

눈깔이 돌아가버리다가 결국에는 그를 용서하고.. (뭐 사실 그렇게 큰 죄를 지었나 싶긴함)

 

그래.. 그냥 이 모든것은 저 우주 어딘가에서 지켜보는 누군가가

욕심에 눈이 먼 나 자신에게 내려놓음을 상기시켜주기 위해 전달한 사고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정말 무섭습니다.

 

 

아차 하는 순간..

 

무소유는 절대적이지 않았습니다..

 

아차 하는 순간..

 

자본주의는 더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그것은 나 스스로 자본주의의 문제점이라며 외부의 세계를 탓하고 있지만

 

더럽고 추악한 욕심과 야욕에 불타오르던

 

아니 어쩌면 나 스스로는 무소유해도 좋지만

 

임신한 부인과 그 배에 잉태된 새끼는 안락한 환경으로 보호하고 싶은

 

본능적이면서도 극악무도한 이빨과 발톱을 드러내게 되어버린

 

스스로의 욕심(소유욕)이 문제였던 것이라고 인정해버리게 되었습니다.

 

 

나는 무소유를 전도해야만해!!

 

그 누구도 시키지 않았던 슬로건을 스스로 외치며

 

정녕 본인 스스로도 단단하게 그 개념을 장착하지도 못했으면서

 

선무당이 사람잡듯이 멍청한 소리를 외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심히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로 후회막심한 창피함이 몰려왔습니다.

 

나대지 않고 Humble 하겠습니다..

 

 

쉬는 동안 양자물리학과 다중우주, 평행세계, 리만가설 등..

 

더 큰 개념들을 공부하며 나 자신이 이 우주상에서 얼마나 띠끌같은 인간이었나를 곱씹고,

 

작은 먼지꾸데기 같은 존재의 가슴속에서 피어나는 우주를 삼킬 증오와 욕심에 고통을 받던

 

굴레를 스스로 끊어내고..

 

"무"소유는 더이상 주장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제부터는 "무소유" = "나 자신" 이라고 투영하는 거짓된 행태를 버리고,

 

대신 그 이념을 정말로 온전히 일평생 지속할 수 있는 "존재하기"에 치중하기로 하였습니다.

 

어느 날 나에게 마음 깊이 큰 동요를 불러일으키며 오함마질을 했던 예리히 프롬센세의 소유냐 존재냐에서

 

너는 소유하지 말라 라는 말이

 

단지 자본주의에서 무소유를 주장하자 라는 말은 아니었을 것 이라고 확신합니다.

 

그것은 굉장히 극단적인 선택이고, 결국엔 이렇게 남루하게 되었던 사람인 것 처럼..

 

 

이 세상에 모든 이가 자본주의 속에 살고 있는데 혼자만 사회주의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것은 그저 꿈과 이상일 뿐이고 플라톤의 유토피아일 뿐이었습니다.

 

스스로 얘기했던 그 말이 있습니다.

 

"인간에게 인간성이 있는 한 사회주의는 성공할 수 없다."

 

나 또한 인간이면서 그런 절대적인 선구자가 될 수 있는 줄 착각하였습니다.

 

푸앵카레 추측을 증명하는 논문을 고작 아카이브에 무심한 듯 시크하게 올려두고

 

세간의 관심과 무수한 스카웃 제의, 필즈상 등을 거절하며

 

억만금을 마다하며 기초수급 생활자로 돌아가

 

연로하신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전설적이고 위대한 수학자 그레고리 페럴만이 아니었습니다.

 

진정한 선구자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고,

 

나는 부끄러운 무소유 타이틀을 떼고, 덜소유로 내려왔습니다.

 

 

 

2021.07.14 - [생각] - 자본주의에서 무소유의 의미와 실현 가능성

 

나 스스로도 무소유는 할 수 없다고 이미 외치고 있었으면서

 

정말 덜소유하자고 해놓고 고작 지 가족들을 위해

 

보금자리를 마련하면서 재개발 호재를 염두하는 이 나쁜 마음씨는 (뚜씨뚜씨 맞아야됨)

 

버릴 수 없다고 판단해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스스로 깨어있는 무소유 시민이라고 착각해서 죄송합니다.

 

오늘 부로 무소유 전도사라는 타이틀을 떼고,

 

무소유를 쫓아가다 가랭이가 찢어지지 않겠습니다.

 

금일부로 무소유전도사는 닉네임을 덜소유구도자로 변경하고

 

덜 소유하고 더 존재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일평생의 숙원으로 삼겠습니다.

 

 

이 욕심과 야욕을 어떻게 버릴 수 있는지 무소유를 이상으로 삼으며

 

열심히 그 한길로 걸어가며 깨달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매입한 아파트는 물론 앞으로 일 평생을 살아갈

 

소중한 가족과 편안히 몸을 뉘일 잠시 쉬어가는 보금자리라는 인식은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피어난 더럽고 추악한 욕심이 너무 꼴보기가 싫었습니다.

 

반성합니다.

 

자본주의를 받아들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