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주관적인 생각

고민상담1: 사랑은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덜소유구도자 2021. 3. 30. 22:45

캡쳐해서 클립보드에 있는거 복붙한건데 자꾸 바이러스로 잡네;; 어베스트 병신

참으로 아름다운 질문을 하나 받았습니다.

비밀스럽게 답변받기를 원하셨으나 충분한 익명성이 확보되어 박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질문글 좀 읽어보세요.

이 얼마나 아름답고 수준높은 질문입니까..

 

Q. 무소유전도사님은 사랑을 하고 계신가요?

 

이 문제는 결론 먼저 말하겠습니다.

A. 아니요.

 

다음.

 

Q. 사랑은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A. 모르겠습니다.

 

몰라요.

 

이 질문이 상당히 인문철학적인 질문이라는 것에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토록 작은 우주 먼지 같은 생물안에서 피어나는 범우주적인 용량의 감정입니다.

 

프랑스 철학자 조르쥬 깡길렘이라는 사람은 철학자인데 생명의 경이로움에 의학공부까지 한 노인네입니다.

저작중에 '정상적인 것과 병리적인 것' 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읽어보시는 걸 추천드리지는 않습니다.. 내용이 복잡스러워요..

 

아무튼, 이 난해한 심상에서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려면 비정상을 정의해야합니다.

비정상적이지 않은 것은 정상적일테니까요.

그렇다면 사랑을 정의하려면 사랑의 반대를 정의하면 되겠죠.

그러면 이 타이밍에 질문 몇 개 하겠습니다.

 

1.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2.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어 정의하면 그것은 스테레오 타입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이 스테레오 타입; 고정관념은 배척해야하는 개념일까요?

3. 내가 사랑을 정의하면 그게 사랑의 정의가 되나요?

 

모두를 설득할 수 있는 명쾌한 대답이 준비되셨나요?

아마, 확고하게 답변을 준비해두셨어도 모두를 설득할 자신은 없으실겁니다.

 

A가 맞다고 하는 인간이 있으면

B가 맞다고 하는 인간이 있고

A와 B 둘다 틀렸다고 하는 인간이 있으면

A와 B 둘다 맞았다고 하는 인간도 있습니다.

A와 B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요.

 

자 여기까지 읽어보셨으면 눈치빠른 인간은 대충 뜬구름 잡는 이야기 할 것 같다라는게 팍팍 느껴지시죠?

감히 사랑을 정의하라고 하면 내 대답은 "모르겠습니다." 이지만,

명료하게 지금 이 순간에는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그냥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말만 하겠습니다.

 

우주 먼지인 와따시가 생각하는 사랑은 이것입니다.

 

"어떤 대상으로 하여금 발생되는 내적인 충만함"

 

대상에 해당하는 것에는 추상적인 것도 포함됩니다.

 

그 대상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내가 단순히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내 안에 충만함이 가득한 상태에 있을 때! 우리는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나는 사랑한다." 라고요.

 

자꾸 책얘기해서 죄송하지만, 예리히 프롬의 '사랑한다는 것'이라는 책에서는 사랑의 대상을 4가지로 나눕니다.

형제애, 모성애(부성애), 이성애(동성애), 신의사랑 이렇게요.

충분하지 않죠.. 우리는 사회주의를 사랑할 수도 있으니까요.

사회주의 안에 있으면 너무 충만한거에요. 그러다가 자본주의를 만나면 사회주의의 부재. 즉, 공허함이 발생하죠.

예리히 프롬은 이런 추상적인 대상을 정의해주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의 의견에 동의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이성간의 첫만남에 발생한 폭발적인 에너지는 만족스러울 만큼 지속되지 않을 거라는 의견입니다.

 

사회주의니 자본주의니 왈가왈부 해봤자 반발심만 생기고 와닿지도 않으니까

여러분들이 보편적인 정서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이해할 수 있게 예리히 프롬의 이성애(동성애)를 예로 들어서 주장을 뒷 받침해보겠습니다.

 

* 지금 여기에서는 대상이 단순히 이성일 뿐이지 위에 설명했듯이 대상은 정해지기 나름입니다.

* 어떤 형태로든 이성애(동성애)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미안하지만 후술할 내용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자 편하게 그냥 이성이라고 할게요. 자꾸 동성 괄호쳐서 쓰기 힘드니깐.

 

내가 남자이고, 학생이라고 생각해봅시다.

 

내가 학교에 갔어.

근데 어떤 여자애를 봤어.

솥나 이쁘네...

이름이 궁금해졌어.

명찰을 봤어.

김지혜야.

이름도 이쁘네.

 

이게 사랑에 빠지는 과정입니다. 단순하죠? 

 

자, 이제 나는 음흉한 마음을 애써숨기고 집에갔어요.

근데 갑자기 문득 지혜가 보고싶어..

지혜의 귀여운 눈웃음이 생각이나..

망상을 하기 시작하는데.. 애가 한 세명정도면 좋을까? 너무 많겠지? 한명? 한명은 외로워.. 둘? 그래 둘이좋겠다.

아이 싯팔 내가 지금 무슨생각을 하는거야..

 

현실로 돌아와요.

그러나 그녀를 어떻게 해볼 수도 없는 현실이 굉장히 밉습니다. 그녀와의 커넥션을 만들기 위해 짱구를 굴리다가 피곤해져서 골아떨어집니다.

다음 날 학교를 갔어요.

급식을 먹고 화장실에서 쏘줌한사바리 갈기고 나오는데 저 멀리서 지혜가 오고있어요.

지혜가 이쪽으로 지나갈거란 말입니다.

지혜가 조금씩 내게 가까워 질수록 심장이 콩닥콩닥 뛰죠.

미치겠어요.

정상작동!!

그러나 지혜는 나라는 존재를 벌레처다보는 눈빛으로 슬쩍 흘기더니 지나갑니다.

 

그러면 생각해요.

아니 싯팔 내가 뭘 잘못했다고 사람을 저딴식으로 쳐다봐!

 

이제 지혜를 미워합니다.

지혜를 계속 미워하고 밀어내려고 해요.

 

저 나쁜년.. 어쩐지 눈웃음 살살 흘리는게 여우같더라니..

그러다가 급식먹고 친구들이랑 존내 뛰어댕기는데 핸드폰을 떨궜어요.

아이 야팔!! 그런데 지혜가 주워줍니다.

상냥한 눈웃음을 지으며 핸드폰을 건네주는 지혜가 한마디 하죠.. "너.. 이거 떨어트렸어"

 

그러면 생각하죠.

와.. 지혜가 내게 말을 걸어주다니.. 드립이라도 한 번 쳐볼까? 아 괜히 분위기 싸해질수도..

아 어떡하지.. 오만생각을하다가 벌벌떠는 손으로 폰을 건네받고 아무코토 못하고 쌩하니 도망간 친구잡으러 뛰어가죠.

 

그러다가 이제 5교시 들어가면 수업시간 내내 생각합니다.

아이 멍청한 새끼야.. 그때 드립을 쳤어야지.. 고맙다고 떡볶이사주면서 말이나 한 번 건네볼까..

그래.. 내가 잘못생각한거지.. 지혜가 그렇게 나쁜애일리없잖아..

 

그리고 집에갑니다.

지혜가 계속 생각나요. 콩닥콩닥 설레여서 미치겠어. 롤하는데 막 한타조졌는데 그냥 지혜만 생각하면

행복하고 즐겁고.. 5연패 해도 키보드를 부수고 싶지가 않아.

 

"어떤 대상으로 하여금 발생되는 내적인 충만함"

이해되셨나요?

 

자 스토리 라인을 보면 남주는 지혜가 그냥 예뻐서 한순간에 사랑에 빠졌지만

여주가 눈을 한번 야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혜를 미워합니다.

나는 저 아이로 하여금 충만한데 저 아이는 나를 벌레만도 못하게 쳐다보니까 박탈감을 느낀거죠.

공허한거에요. 공허한 나머지 나는 저 아이를 쉽게 미워하고 싶어지는거에요.

그러나 핸드폰 하나 주워줬다고 그녀의 세계에 내가 인식되었다는 착각자체로도

해벌쭉하면서 금새 합리화하고는 다시 내적 충만함의 상태로 돌아가죠.

그녀가 없으면 공허해야하니까요.

 

무한한 가능성이 있기에 좋은 미래를 그리며

내적인 충만함을 둘러입고 행복한 망상을 하는거에요.

그게 사랑이에요.

 

롤 한타를 조졌어요. 평소같으면 화가 날거에요.

그러나 키보드에 샷건을 내리찍지 않습니다.

왜 일까요?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

나는 내적으로 충만하기 때문에 화가 나지 않아요. 모든게 용서가 되는거에요.

나는 혼자였을 때,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심지어 외로움이라는 것 자체도 인식하지 못했는데

이 세상에서 지혜라는 존재를 인식한 것 만으로도 내 안의 세계가 풍요로워졌습니다.

그게 사랑입니다.

 

"어떤 대상으로 하여금 발생되는 내적인 충만함"

 

이 개념을 이해하면 이별의 순간에 난리부루스를 치고

성공하지 못한 사랑에 아쉬움이 남고

헤어지면 힘들어서 이별노래에 감정이입하고

이런 일련의 모든 프로세스를 이해하기가 굉장히 쉬울 거에요.

 

'개인'의 세계는 '사랑'을 하면 충만해집니다.

나에게 아무것도 없어도 사랑하나면 행복할거에요.

그러나 대상을 소유하려고 하는 순간 불행이 시작됩니다.

사랑도 소유하려고 하지마세요~!!

 

이상. 반박시 사알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