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 썰푼다

19년 4월의 목공일기

덜소유구도자 2019. 4. 18. 16:28

19년 4월의 목공일기는 저에게는 썸띵스페셜한 부분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이제 갈팡질팡의 유토피아를 찾아 헤메이던 길의 종착역을 거의 다 찾았거든요.

 

그간 '왜 나는 일을 이렇게 꾸준히 열씸히 하지 못할까?' 라는 의문을 가지고

그 질문의 철학적인 본질적인 자아성찰적인 띵킹을 지속적으로 해온 끝에 내린 결론은

 

나의 사업을 하자 라는 것이었습니다.

 

가끔씩 꼰머들이 하는 말이 '남의 돈 벌어먹기가 그렇게 쉬운줄아니?'

이거 였고 저는 그에대한 답변으로

'쉬울거라고 생각한적 없다.'

로  일관했습니다.

 

그러고는 저에게 입을 모아 하는 소리는

' 너는 남밑에서 일못하는 성격이다 ' 이거였습니다.

어머니도 큰엄마도 친구들도 다 이 얘기를 하더군요.

 

나는 이말에 반발심리를 가지고 증명하려고 했지만 증명할 수 없는걸 증명하는 느낌을 수 없이 인고해가며

부단히 그 해결의 실마리를 잡아내고자 8년동안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만 모두 실패로 돌아가고...

 

혹자가 했던 7년간 노력을 했는데 그 성과가 없었다면 그것은 이만 접고 다른길을 알아봐도 된다 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예를들면 .. 7수를 해도 안되면 그냥 공장가기.. 뭐이런 느낌

 

같이 일을했던 불알친구가 저에게 이런말을 했었죠.

'너는 일은 잘한다. 모두들 입을모아 얘기한다. 하지만 예의가없다.'

 

린정합니다.

제가 사람대하는걸 잘 못합니다 원래.. 일만 잘하면 돼지 라는 심보라서;

 

내가 열심히 일해서 남 배불려준다는 생각을 하면 또 일하기가 싫습니다.

그래서 내가 좋으려고 일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목수는 꾸준히 하게 되더라고요.

 

어차피 너의 배를 불리고는 있지만 나는 목수일이 재미있고 배움이 크기 때문에 한다

라는 마인드 입니다.

어차피 마음먹기 나름이면 그냥 적응하고 해라 라는 말도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런건 씨알도 안먹히죠.

 

그러나 같은 목수일이라고 할지라도

이런 목적의식과 신념을 가지고 일을 하다보니까

공장에는 또 맞지 않는 타입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단순반복이 많이 이뤄지는 일에 저같이 금방 적응하는 타입은 쉽게 실증이 났습니다.

 

저는 어려운걸 풀어나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예를 들면 프라모델 조립이라던지 2000피스 퍼즐맞추기라던지..

남들은 그런거 하면 속이뒤틀리고 답답해 죽겠다고 하는데 나는 그게 그렇게 재밌습니다 ㅎㅎ

 

그래서 일할 때도 쉬운현장 잡히면 재미가없고

어려운 현장.. 반장님들 말대로 표현하자면 일하기 드러운 현장이 잡히면

그걸 달성과제라고 받아들이고 퍼즐을 푼다는 생각으로 내 능력과 능지로 파훼하면서 극강의 쾌감을 느낍니다.

 

주제파악이 끝난 후 잔몹들을 패잡아 봤습니다.

 

1. 남 돈벌어 주는 일 하기 싫음

2. 객지타기 싫음

3. 사람, 차 많은 것은 병적으로 싫음

4. 촌구석에서 살고픔

5. 떼돈벌기는 싫으나 어느정도의 고정수입이 있으면 좋겠음

6. 손기술이 필요한 업무를 잘하고 좋아함

7. 건축건설업에 팽배한 부정부패비리들이 싫음 (인부다시, 택갈이 등..)

8. 능률제 업무에 근속하고픔

9. 등등등...

 

내 입맛대로가 어디있겠냐만은 적어도 혼신의 노력을 하고 발버둥이라도 치다가 넘을 수 없는 벽을 체감했을 때.. 포기하더라도 그때가서 하고싶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냥 거기에 만족하고 살아갑니다.

킹치만..  이렇게 라도 하지않으면..  오니짱 일하기가 싫은걸?

 

이런식으로 대학교 갔다가 4학년에 중퇴했다가 뉴질랜드 갔다가 뭐 이래저래 여러가지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는 최종보스를 맞이하는 문턱까지 왔습니다.

 

어차피 제발로 들어가지 않는 이상 최종보스는 자기 방에 앉아서 꿀땅콩이나 까먹고 있겠지만,

최종보스를 클리어하면 벽너머의 전설급 플랑베르쥬 같은게 기다리고 있겠지요. 녹슨 단검 일지도..

나는 그 칼로 젊은 검사의 청춘을 휘둘러 보이고 싶습니다.

 

 

선택의 기로에서 4월의 목공일기 시작합니다.

 

 

* 상도동 필라테스 현장

제가 제일 좋아하는 김반장님과 함께한 현장입니다.

김반장님은 나의 최애캐 반장님입니다.

돈가지고 헛지랄 안하고, 성실하고, 일잘가르쳐주고, 맘씨좋고, 돈도잘줍니다.

크흐~~ 허나 다 좋을 수는 없죠. 일감이.. 불경기라..

 

 

도면 - 스케치업은 있으나 노트북 사양문제로 포토샵7으로 그린 도면;;

알아볼 수 있으시겠습니까? ㅋㅋㅋ 현장 나온지 좀 됐다고 정확히 기억은 안나네요.

장이 토탈 5개가 들어가고 카운터가 1개 입니다.

천장 상황이 좋지 않았는데 노출로 진행됐던 현장입니다. 그건 내알바아니니까 패스하고요.

 

* 작업내용

1. 벽 전체적으로 석고 1p + 유리파티션 사이에 상넣고 MDF 1p

2. 기둥쪽 수납장 2개 + 기둥감싸서 파티션 2개 + 덴조 석고 2p

3. 카운터 짜기

4. 라카장 2개

5. 라커룸

6. 서비스장 1개

7. 투바이포 아트월

8. 입구 유리파티션쪽 커튼박스

 

 

현장 중간 과정에 찍은 스냅

 

2번 작업인데요.

붙박이장을 만들어서 벽세우고 안에 붙박이로 넣어버리기 작업을 진행을 했습니다.

데칼코마니 마냥 반대쪽 벽도 똑같이 해주는거에요.

 

3번 작업입니다.

미송 집성목으로 했던걸로 기억하네요.

제가 짠겁니다. 네. 딱히 할말이 없네요.

그래도 가구 조립하다가 와서 그런지 몇달전처럼 가구짜라고 하면 뭐부터 해야될까

막막하던 막연한 느낌이 없어졌네요.

그냥 뭐 노상 짜던것 마냥 짰습니다.

와리 (수납간격) 나누는데 김반장님께서 답답했는지 바로 재교육 받았습니다. (ㅋㅋ;;)

핸드폰 켜서 메모도 했습니다... 현장쪽에선 가구짤 일이 좀 드물어서 간혹 헷갈립니다.

 

뭐 뚝딱뚝딱 하다보니까 완성이네요 ;;

두시간도 안걸렸던걸로 기억합니다. 서랍도 집성으로 만들어서 넣었습니다. 묵직한 서랍과 묵직한 레일로

튼튼하게 시공했었죠.

사라넣어서 피스로 쪼이고 뭐 이렇게 해야 안틀어지는데

주인이 안좋아라해서 타카랑 본드로만 조졌습니다..

집성은 특징이 존나게 잘휘어서 불안합니다만.. 내장목공 최고의 접착력을 가진 오공본드 믿고 지나갑니다..

 

 

 

요거는 이제 라커룸안에 락카장이네요. 작업내용 4번과 5번입니다.

락카장을 먼저짜고 락커룸을 후설하여 안에 집어넣었습니다.

락카장 한개는 김반장님이 짜셨고, another one은 제가 만들었습니다.

속도는 비슷비슷했으나.. 같은 장이라고 할지라도 방법이 서로 달라서

걸레받이랑 상판 얹을 때 합의가 안된 부분이 있어서 통일시키느라 뒷손이 조금 갔습니다.

 

이래서 장은 한명이 짜는게...

수납장 재단할 때 말걸지마세요.. 치수틀렸다고 개욕먹습니다.

 

칸막이 코너에는 MDF로 마감해줘야합니다.

석고로하면 하도 긁긁하고 다니는 사람이 많아서 나중에 칠하면 뜯어지거나 벗겨질 수 있어요.

기리바리(보강대) 하나 대줘서 접착이나 여러가지 굳을 때까지 또 문도 달아야해서

수직잘보고 고정시켜줍니다. 나중에는 떼어 내야 합니다.

 

요런식으로 락카장 만들어서 넣었을 때 틈을 줬습니다.

그 사이에는 밀리지 말고 고정되라고 우레탄 접착 폼으로 충진시켜 줍니다.

너무 많이 뿌리거나 너무 적게 뿌리면 문제가 되기 때문에 적당히 뿌립니다.

적당히는 .. 일하다보면 감이옵니다.

 

이런식으로 락카장 수평수직 잡기위해서 쿠사비.. 다른 말로 뭐라고 써야할지 모르겠네요.. 아! 쐐기를 박아주세요.

 

 

저 위에 보이는게 형님이랑 저랑 각각 만든 락카장인데요. 자세히 보면 방식이 다릅니다.;;

저같은 경우에는 상판을 한두께 앞으로 빼고, 걸레받이를 안으로 집어넣는 식으로 짜려고 했는데

김반장님은 걸레받이를 문짝스라 까지빼고 문짝을 아예 상판에 덮이게 제작했습니다.

밸런스!!

 

이날 김반장님이 다른현장 다녀오느라고 제가 서비스장을 제작했습니다.

뚝딱뚝딱쓰..

현장에서 이렇게 장을 만들어볼 기회가 별로 없어서.. 꿀잼각을 봤습니다.

 

 

이게 ㅋㅋㅋ 7번 아트월인데...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만 그래도 이쁘게 세웠어요.

간격잘 나눠서 피스로 으르륵 으르륵 면을 자아아아알 맞춰서 박아주면 됩니다.

목조하던 버릇이 있어서 서로 투바이포 막다룰까봐ㅋㅋ 조심스럽게 작업했네요.

옆에는 제가 만든 섭스장이있네요.

 

 

락커룸과 내가만든 락커장

락커룸에 문을 달아주고 기리바리만 떼주면 마무으리 인데요.

마무으리 직전에 한번 찍어줬습니다. 옆에는 내가 만든 락카장이 있네요.

존뿌.. (존나뿌듯)

문을 달다 말았는데.. 피스가 없어서.;;

이거는 옆에 방이있었는데 무슨 각도가 이상한 방이있었습니다.

거기에 선반을 하나 만들어 달라고해서;; 이상한각의 선반을 만들어서 붙박이로 넣어줬습니다..

 

그러고 나니까 자재가 조금 남더라고요...

 

 

 

 

 

 

 

 

남는 자재 개이득

이로써 현장에서 만들어온 수납장이 5개가 되었네요.jpg

 

그럼 이뫈~~~~~~~

아직 4월 중순이라서 일 더하고 추가로 올릴게요~~

 

 

 

 

아 그리고 정공법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 하려고 하는데요.

 

석고 2ply 칠 때를 예를 들어서 설명하자면

 

투바이세우고 석고1p는 타카로 존나리 박고, 2p째에 본드 찌덕해서 바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는 반면

투바이세우고 석고1p부터 본드 찌덕 바르고 2p에도 찌덕 바르는 사람이 있고,

또 누구는 석고2p 고구찌에다가만 본드를 찌덕해서 마무리 하는 사람도 있고..

그런데 이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다 자기방법이 맞고 남의 방법은 틀리다고 합니다.

정석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결과적으로는 튼튼하게 시공하고 마감했을 때 석고 조인이 터지지 않기 위해서

논점이 발생하는 부분입니다.

 

누구는 투바이가 휘니까 본드로 석고를 붙여놓는다 한들 시간이 지나면 틀어져서 터진다.

따라서 시간이 지나서 투바이에서 석고가 어느정도 분리되어 나와도 석고 2p째에서는 터지지않게

석고 1p에는 본드를 바르지 않고 2p에만 본드를 바른다 라고 합니다.

그러면 아주 나중에는 석고벽이 목상에서 우르르 떨어져 나올 수 있다는 말인데..? ㄷㄷ

 

참고로 열에 아홉은 석고 고구찌에 본드를 안바릅니다.

 

 

제 생각에는 석고 2ply는 상업공간에서나 쓰고, (길어봐야 몇년 예상하고 시공하기 때문에..)

합판+석고1ply로 마무리가 제일 좋을 듯 합니다.

30년된 아파트에서 천장 철거할 때 보니까

천장에 썩은 각목과 5미리 합판이 여실히 천장을 잡아주고 있었습니다.

이로 미루어 보았을 때, 튼튼시공은 합판 + 석고 입니다.

 

저희집 같은 경우에는 석고가 목상에서 분리되어 나와서 걸레받이랑 밑에 마감해둔 실리콘이

자기들끼리 뜯어져 나와서 낭창거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안쪽에서 석고 부서진 소리가 나고있고, 걸레받이는 수축해서 쪼그라들었고, 실리콘도 마찬가지로

수축해서 쪼그라 들고 있습니다.. 지은지 2년밖에 안된 빌라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석고만 쳐놓은 모양입니다.

 

알면 알수록 목수는 더 알아야하고 들고다녀야 할 연장도 많은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돈별려고 하는 일이라 하지만 돈생각, 일쉽게할 생각하는 것 보다는 제대로 시공하고 하자가 없어야하는게 맞지않나 싶네요.. 

 

요즘 들어서 다니다보면 견적내는거 말도안되게 싸게 부르고 허접하게 시공하는데.. 아무리 불경기라지만 천장무너져 내리거나 벽이 뜯겨져서 사람 덮치면 어쩌려고 그렇게들 하시는지 이해가 안되네요.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