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쇼핑몰 운영 22개월차에 느낀점.ssul

덜소유구도자 2020. 11. 28. 17:15

오늘은 모처럼 시간여유가 남아서 글을 적어봅니다.

원래는 2부작으로 계획된 쇼핑몰 때려치고 싶은 이유가 되었어야 했는데

이게 이미 생계가 되어버린 이상 뒤가 없기때문에

차라리 지금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부분을 적는게 좋겠다는 판단.

어차피 님들은 기다리고 있던 시리즈도 아니기 때문에 내 맘대로 할거다 이말이야.

 

 

1. 직원은 직원이다.

 

여러분 기본적으로 누군가에게 고용되어 일을할 때 시계를 존나게 봤을 겁니다.

시간 존내 안가네.. 아 드럽게 재미없다.. 집에서 누워서 콧구녕 쑤시면서 유튜브나 보는데

달마다 통장에 100만원씩 꽂히면 기분이 어떨까... 100은 너무 적소.. 200은 되야겠지?

뭐 이런 2020원더키디 같이 막상 찾아왔지만 현실은 여전했다.. 같은 류의 생각을 하다가 접시 깨먹고,

뭐 빼트리고 실수하고, 그랬던 적 다들 있잖아요.

 

알바는 퇴근생각만하고,

직원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직원을 4명을 갈아치운 결과. 나와 우호도가 높은 일가친척,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나의 업무를 책임감있게 끌고나가는 인간은 거의 없습니다. 그냥 돈벌려고 하는거에요.

 

내가 마지막으로 고용했던 사람 얘기를 해보자면

요즘같은 언택트 세상에 고용이 되었다는 것 자체만으로 감사할줄을 알아야 하는데

그리고 내가 쇼핑몰도 물려준다고 했거든요? 시급도 15000원 줬는데 그새끼는 진짜..

그냥 자기는 일할시간에 일하고 끝나면 가겠다~~ 이마인드야.

그리고 직원이나 알바가 아무리 자기일처럼해도 사장만큼 가슴에서 우러나와서 할 수가 없어요.

 

왜냐면 내 일이 아니니까!

 

아무튼 쇼핑몰 말아먹기 직전에 그 놈 자르고, 부랴부랴 매출 멱살잡고 끌어올리느라고 요즘 죽을 똥을 싸고 있습니다.

ㄹㅇㅋㅋ...

 

 

 

 

2. 구매대행, 위탁배송은 하지마라.

 

나는 돈만 벌면 돼 또는 최대한 불법도 아닌 합법도 아닌 이상한 지하세계에서 돈을 벌고 싶다거나..

뭐 약간 윤리적인 판단이 좀 되는 사람들은 적어도 장사꾼이 되고 싶지는 않을겁니다.

근데 이게 구매대행이나 위탁배송을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악질이 되어간다랄까..

이걸 막을 수가 없어요. 왜냐면 일단 제품퀄이 후레퀄이고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불량률이 상당히 높고,

판매한 물건과 비례해서 반품/교환/취소 클레임도 같이 늘어나고,

불량문의, 제품문의, 스펙문의 등 다루는 물건이 많을 수록 문의 전화가 존나게 옵니다.

괜히 머기업에서 고객센터에 콜센터 상담직원 놓고 쓰는게 아닙니다 레알...

 

위탁배송을 말리는 가장 큰 이유는 쌉레드오션이에요.

니가 보는건 나도 본다. 이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그래서 꼬추빠지게 이러저리 이메일돌리고 전화해서 간신히 컨택이 됐어.

근데 물건이 안나가 그러면 이게 또 골치가 드럽게 아프고요.

제품 퀄리티 체크도 어렵고, CS도 디집니다.

이걸 피해가려면 몸으로 부딛히면서 선구안을 길러서 최대한 걸러야 하는데

이건 노하우의 영역이고.. 

 

구매대행은 해외에 있는 아이템을 인수인계해주고 뽀찌를 좀 받아먹겠다 해주는 시스템인데

이것도 반품들어오거나 후레퀄인 아이템에 걸리면 짜증이 팍 올라옵니다.

그리고 통관번호 안쓰는 인간들 조오오오온나 많아요.

좀 보라고 보고 좀 인지하라고 서론 본론 결론에 다 갖다 집어넣어놔도 안씀.

 

뭐 하지말라는 이유는 100가지도 댈 수 있지만

이거저거 다 해본결과

 

1인으로 운영할거면 소품종 다량판매가 가장 스트레스 없이 가장 많은 마진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최대한 핸들링 해야 문제가 없습니다.

 

여러사람 손타면 탈수록 물건 퀄이 뚝뚝 떨어져요.

 

택배 받아봤는데 개박살나서 도착하는 케이스 생각해보면 와닿을 걸요.

 

소품종 다량판매도 월수익 500정도 되면 슬슬 대가리털 빠지기 시작함.

업체컨택만 잘하면 별스트레스 없이 먹고살만한데 똥밭에서 금반지 찾아내는게 핵심 포인트.

 

 

 

3. 소비자는 피해망상에 사로잡혀있다.

 

상당히 위험한 발언인데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 제정신 박힌 사람이 생각보다 적은 것 같아요.

 

상세페이지에 아무리 몇번씩 강조해도 인간들은 도무지 글을 읽지 않아요.

그래요 다들 바쁘니까 그럴 수 있어요.

그래서 내가 잘 보라고,, 눈에 띄는 뻘건색깔로

서론 본론 결론에 주의사항을 세번씩이나 써놔도 문의글 날라오고, 톡톡문의하고,

매번 다른 사람이 전화해서 늘 듣던 내용을 하루에도 몇 번 씩 물어봅니다.

자주묻는질문, FAQ, QNA, 물건 이미지 대문짝만하게 붙여놔도 똑같은걸로 계속 똑같은 전화가 와요.

일 한참하다가 전화받으면 맨날 앵무새처럼 똑같은 얘기를 합니다.

 

이게 몇년이고 반복될거라는게 끔찍하죠? 그럼 직원을 쓰면 됩니다.

 

그리고 진상이 생각보다 많아요.

대한민국에 정상적인 사람이 얼마나 있다고 생각합니까?

남자들 군대갔다 오신분들은 알거에요.

대한민국에 폐급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고학력 집단에 있던 사람들은 알아요.

똑똑한 놈들도 사는게 다 똑같구나.

 

외국에 있던 사람은 알아요

검은머리던 하얀머리던 피부가 노랗던 까맣던 네명중에 한명은 병신입니다.

사람 넷이 모였는데 병신이 없다?

그러면 내가 병신이에요.

 

불문률이고요.

 

이제는 어떤 생각이 드냐면

"모든 소비자는 내가 칼만 안들었지 자기를 죽일려고 달려드는 사람으로 생각한다"

이거에요.

 

나는 사회적 기업을 꿈꾸는 사람이긴 합니다.

근데 이 사회에 아무리 공헌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커도,

내가 판매하는게 단순히 나 자신의 이익을 위한게 아니어도,

나는 최대한 님들에게 좋은 제품을 싼 가격에 공급하고 싶은 마음이어도,

 

그걸 구매하는 소비자는 알지도 못하고, 또 궁금하지도 않아요.

그냥 나는 니 뒤통수에 깔을 꽂을 수도 있는 파렴치한 장사꾼일 뿐이야!

라고 생각하는게 디폴트인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누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요.. 안타깝습니다.

 

현재는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고,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고객들의 전화는 그냥 끊어버리고

진정하고 다시 전화하던지, 문자 남기라고 합니다.

 

생각보다 많아요 이런사람이..

없을 것 같나요?

모두가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판단이 가능할 것 같나요?

 

코로나라고 집콕하라니까 얼굴에 밀가루칠하고 이태원가서 빵댕이흔드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사람이 그래요 원래..

정도의 차이입니다.

 

다시 돌아와서 지금은 그냥 내게 전화를 거는 모든 고객은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있으니까

내가 최대한 진정시켜주고, 친절하게 응대해서 잘달래줘야지...

라고 생각하고있습니다.

 

나의 노력을 알까?

 

알아줄 필요도 없고, 억울해 할 필요도 없어요.

사람 상대하지않는 직업은 없습니다.

 

 

 

이따 고기먹으러 가야돼서 씻어야될 시간이 왔네요.

오늘은 여기까지하고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글쓰다가 흥분해서 글이 전부다 호전적인데, 이해해주세요.

저라는 사람이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