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 썰푼다

목수 1년차 후기 ㅡ 1부

덜소유구도자 2018. 4. 8. 21:37


※ 대서사시 주의.


안녕들 하십니까 여러분.

겨우내 노곤한 잠에서 깨어나 눈을 비비며 밖으로 나온 국내산 토종개구리가

연신 퍼붓는 눈비싸대기에 '화들짝' 놀라, 도로 이불속에 들어갈만한 날씨가 계속 되고 있네요.

날 좀 풀려서 번갯불에 콩구워먹듯이 교미교미!! 해서 알을 싸질러 놓기만 하면 

바람에 다 떠내려가니.. 이거 원.. 자식을 잃은 엄마개구리의 슬픔을 감히 헤아릴 수가 있을까요.


4월초의 꽃샘추위라 요새 눈인지 비인지 낮여밤겨같은 지랄맞은 날씨탓에

저는 요즘 얼씨구 지화자 속으로 외치며 비록 일은 고되지만,

빨리 이 망할놈의 벚꽃이 다 떨어져라.. 간절히 외치고 있습니다.

방금도 보고왔는데 이런 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쁜 쓰레기가 될 벚꽃잎은 무척이나 단단히 매달려 있었습니다.


요새 작문이 뜸했던.. 아니 원래 잘 안쓰지만.. 그 이유는 2-3개월동안 남양주시 진접읍에

집하나를 통째로 지어주고 왔기 때문인데요.

집주인 내외분은 건조한 작년 겨울에 갑자기 집에 전선이 쇼트가 나는 바람에

십여년을 사시던 집이 통째로 불에 홀라당 타버리는 참사를 겪으셨습니다. 너무나 안타까워요.


목공일은 별로 많지가 않았는데 집을 마무리 지어야겠다는 책임감 하나로

오늘 마지막날 까지 다재다능한 반장님을 도와 개 빡치는 현장보조일을 열심히 수행했습니다.


그래도 완성된 집을 보면 마음이 뿌듯해집니다.

근데 오늘 일하다가 빡이돌았던 부분이 있는데 정신없이

노깡우물에 물을 퍼내는 와중에 잠바 앞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을 빠트려서 침수됐어요.

아직까지 안켜지는 부분이고요.


일단 집 한번 보여드릴게요. 아래의 사진을 좀 보세요.


어제 데크작업중에 찍었습니다.

집의 전체적인 모습이 담긴 풀샷을 보여드리려고 했는데

제가 안찍었내요. 미안합니다. 집의 전체모습은 없어요.


대신 내부를 보여드릴게요.

마루시공하고나서 찍은 사진인데. 부엌이랑 거실의 모습입니다.

엄청 넓어보이죠? 사진빨도 좀 있는데 실제로도 거의 운동장입니다.

이제 집주인(숙모님)은 청소할 때 오지게 힘들 수 밖에 없을 것 입니다.

티비에서 김영미 선수가 열심히 문지르던 LG 로봇청소기를 하나 구입하시는게

심신건강에 도움이 되시겠네요.


잡소리가 너무 많았네요.

이제 그만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본론


일단 저는 서울소재의 K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졸업을 하려다가 말고 

대학교 생활이 너어어어어어무 힘들어서 도피차원에서

휴학을 때리고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를 갔습니다.

가서 큰 깨달음과 함께 평생 사랑하며 할 수 있는 직업을 정해서 돌아왔습니다.

아주아주 큰 수확이고요.

보통 영어와 돈을 목표로 가는 워킹홀리데이에 돈이고 영어실력이고는 얻어온게 없지만,

이 마음가짐과 신념, 세상을 보는 시야, 좋은 추억들을 많이 가지고 왔습니다.


그 마음가짐으로 한국에 돌아온 2017년 2월부터 목수 일을 시작했는데요.

오늘은 2018년 4월 8일이내요.

2월부터 4월까지..의 목수 여정을 후기를 남겨보겠습니다.

유~난히 춥던 2월15일~ 첫사랑 여자친구와 결별을 하고


졸업장은 따고 목수일을 해야지 했던 마음이 사그라들어서

바로 휴학연기를 한번 더 조지고 목수일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마음도 힘든데 돈도 없어서 지지리 궁상을 떠는 나의 모습이 너무나도 비참했기 때문이죠.

담배 하나를 사피려고 해도 4500원이 아까워서 3000원짜리 던힐포캣팩을 사서 피웠습니다.

아껴봐야 한갑에 220원씩 더 아끼는건데 220원 때문에 기호도 포기하는 프로궁상러의 모습.


.17 .02월 (스타트)


목수일을 해보겠다고 마음을 먹고

도대체 이c팔로메 목수일은 어디서 구해야하는지 아무리찾아봐도 나오질 않아서

Egg바천국에 목수를 검색했는데요.


때마침 집근처에사는 팀장님이 있어서 연락이 닿은 끝에 

차를 타고.. 연천으로 갔습니다.

성당을 짓는다고 했는데.. 모르겠어요. 약간 일주일나가고 몸살났다고 잠수탔는데.

아무것도 할 줄 아는게 없으니까 매애애애앵~~~~~ 힘쓰는 개잡부일이나 시키고

15미리 합판을 들고 왕복 500미터 정도를 하루종일 다니니까

허리가 남아나지를 않겠더라고요.

그 밖에 아침점심 커피타는건 아무 불만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건축자재를 혼자 30포대씩 나르는데 아주 뒤질맛이었습니다. 

DDD질맛. 궁금해허리. 부러지면 점점 녹아든 디스크오른발마비 그맛.

지금 생각해보니 현장규모로 따지면 잡부 3-4명은 있었어야 정상이라고 생각되네요.

she발놈들.


저러고 나서 다른 일 한다고 부동산 삐끼 알바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망한 엠비오에서 새정장까지 맞췄는데 몸이힘든게 낫지 양아치 비위맞추기는 영... 

소질이 없었습니다.


2월중순쯤에 다시 대란천국에 목수를 쳐서 이번엔 오산으로 갔습니다.

원목계단만 전문으로 하는 목수팀이었는데.. 여기서 처음으로 목수일 다운 목수일을 했습니다.

데모도 기간 2주일하고, 마음에 들었는지 바로 일시켜주대요.

느무나 좋았습니다. 함박웃음이었죠.. 

중요한 목공연장들 이름과 노가다용어들을 약간 숙지했습니다.

에어타카라는 못박는 연장도 처음 쏴봤네요. 공기압으로 목재에 못(핀)을 박는겁니다.

그러나 한달정도 했을 때, 담당 반장님과 성격차이로 지라르를 해버렸고.. 그날 저녁 짐싸서 올라왔습니다.

끈기 제로 인정? 어 인정.

삼시세끼 식당밥은 오지게 맛있게 많이 먹었었는데... 아쉽아쉽.


2월은 끝입니다. 3월은 없습니다. 왜냐면 3월에 뭘 했는지 기억이 안납니다.

바로 4월 가시죠.


.17 .04월/ 05월 (가구공장 알바)


당시 뢀부친구였던 박군과 함께 동네에 버스타고 20분거리의 가구공장에 알바취업을 했습니다.

겨울엔 도저히 계란헤븐에 목수 구인글이 올라오지 않아서 차선책으로 목재를 만지는 가구공장에

들어가게 된 부분입니다.

월 180만원을 줬고, 격주로 토요일을 쉽니다.

만약에 일이 바빠서 못 쉰 경우에는 그 다음주 평일에 쉬고요.

모든 공휴일은 필히 쉬었습니다.


여기서 엣지 바르는 일을 주로 했는데.. 엣지를 안바르면 현장나가서 가구설치보조를 했습니다.

MDF나 PB라는 본드로 나무쪼까리를 눌러붙인 싸구려 목재합판 4면의 사이드에

엣지라는 코팅된 껍데기를 붙이는 일인데. 

(잘모르겠으면 본인집 주방에 있는 서랍장 문짝하나 열어서 태두리에 얇게 뭐 붙어있으면 그게 엣지입니다.)

이 MDF와 PB는 물과 온도에 민감하고 환경호르몬이 가득한 쓰레기급 자재에요.. 이케아에서 많이쓰는 그것.

하지만 대부분의 아파트와 가정집 서랍장, 책상, 주방수납장이 이걸로 만들어져있어요.

왜냐면 싸고 만들기 쉽거든요.


그건 그거고 엣지바르는 기계에는 프레스가 있어서 손빨려들어가면

그냥 아작나는 상황이어서 많이 쫄렸습니다만 몇번 하다보니까

구르마타고 씽씽달리면서 일은 졸라 잘했습니다.

같이하던 박군이 사고를 많이쳐서 싸잡욕을 먹는 바람에 실력이 묻히긴 했습니다만.. 꽤 잘지내고 있었죠.

여기도 한달정도 지났을까요.. 잘다니다가 난생처음으로 일터에서 짤리는 일이 발생합니다.

이유는 제가 집이가까워서 맨날 지각을 했거든요.

왜 지각을 했냐면, 모닝똥을 싸다가 5분, 10분씩 늦게갔어요.

모닝똥이 생략된 날은 제시간에 갔습니다.


그러나 모닝똥이 없는 날은 손에꼽았죠.


잦은 지각으로 짤리기 전날 회의시간에 사장님께 저격을 당하면서 혼나고

다음날 한결같은 모습으로 지각을 해버리니 그날 저녁 바로 회사 경리가 카톡으로

[근무태도불량이다. 그만나와라. 보안키는 반납해라. 오기 겁나면 택배로 붙이던가해라.]

라는 일방적인 통보에 수긍하지 못하고 꼭지가 돌았습니다.

일단 11시까지 야근해도 추가수당 달라고 한적도 없었고, 당초 6시 칼퇴근이라더니

보통 6시반 7시에 끝나서 보내줬습니다.

30분 늦게끝나는걸로 아무 말도 안하는데 5분늦는다고 개지라를 하니까

너무나 억울했습니다. 그리고 경리가 말투가 너무 예의가 바르니까

청학동 예절캠프라도 다녀왔냐고 따져물을 심산으로 다음날 찾아갔죠.

하지만 다들 눈코빼기도 없이 부재중이었고, 실장님 한분이 계셔서 자초지종 설명을 듣고 

보안키주고 집에갔습니다. 휴가였어요.


실직이유는 지각도 지각인데 일 할때 박군과 장난질하면서 구르마타고 헤벌쭉 거리니까

대부분 중장년의 직원들이었는데 심기가 많이 거슬린 모양입니다.

나는 일만 잘하면 되는줄 알았는데 직장생활이라는 것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이 일로 나는 대기업은 절대 못들어갈 성격이구나.. 라고 깨달았습니다.

성격을 고칠 생각도 없었습니다. 나는 원래 내멋대로 살아요. 그냥 그렇습니다.

그래서 친구도 별로없죠. 하지만 행복합니다.

당시 만들었던 책상 서랍장입니다. 가구공장 다 망해야됩니다. 원목가구공장 빼고.



17. 06월 (데크플레이트, 인테리어회사)


일이 없어서 빈둥대다가 돈 다떨어질 무렵 이번엔 벼룩시장 구인구직란에서

데크플레이트 일자리 광고를 보고 따라갔다.

나무로 만든 그 데크인줄알고 갔는데 이게 웬걸.. 스테인리스로 보이는 철판위에 철근이 얼기설기 얽힌

경량이었고, 그거 얹다가 떨어지면 최소 탈구 or 골절인데,

안전대 체결도 안하고 안전모도 없이일하는거 보고 학을 떼고 나왔다.

우리나라 사람들 안전불감증 너모 심해.. 현장 노무자들 특히 심하다.

왜 안전장비 안하냐 그러면 답답하다하고, 안해도 안죽는다하는데..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관뒀다.


그러고 나서 에그대란에 들어가서 인테리어 회사에 들어갔다.

옆동네일인데 알사람은 아는데 인테리어 기사 그거 했다.

오만 잡일을 다하고, 현장감독도 하는데 월급은 150들어오고,

인테리어의 꽃은 자기사업 하는거라는 희망찬 말들이 오고 가는 후반몰빵형 직무인데..

대부분 중도하차하거나 그전에 골병이난다.

직무 특성상 현장에서 밤새고, 먼지꾸데기 현장에서 숙식하는 일이 종종 또는 자주있고,

출퇴근 시간이 뚜렷하게 정해져 있지 않다.

그리고 잡부 부르기 아까운 오만잡일은 다~~~ 인테리어 기사가 책임을 진다.

대신 전체적인 일돌아가는 흐름은 알 수 있다.

나는 그런거 필요없고 목수일만 하고싶었는데 또 오만 잡일을 다시키길래 며칠하다 관뒀다.

보통 알바 들어가기 전에 얘기를 하는편인데

어떤 얘기를 하냐면

한 2주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나가겠다. 대신 나가면 돈은 안받겠다.

라고한다.


그래서 못받았고



.17. 07월 (숙노 첫경험)


관두고 직업소개소에서 수수료 떼먹기하는 노가다 계로 입문을 하였다.

그때가 6월 말이었는데, 그 유명한 파주 엘지디스플레이 P10 현장에 들어가게 되었다.

대기업 현장 첫경험이었는데 ... 이거 후기는 디시인사이드 알바갤러리 였나

그런거 보면 숙노 (숙식노가다) 라는 타이틀로 후기가 상당히 야물딱 지게 많이 있으니 그걸보면 된다.

대부분 하는 일이 비슷비슷하다.

경량 칸막이라고 하는 일을 지원했다.

인테리어 일하면서 칸막이는 목재 칸막이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경량이라길래 존나 가벼운건줄 알았는데 120미터짜리 각파이프 다루는 스터드 수장일이었던 것이다.



구라안치고 둘이 들다 한명 허리나가도 안이상하다. 나중엔 셋이 넷이 들었다.


내가 했을 때는 궁둥이에 하얀줄 세개가 박힌 아디다스 모기가 풍년이었는데

이노메 모기는 방역을 하루에 두번을 해도 어디 숨어있다가 다시 나타나고

모기기피제 버물리 따위는 가뿐히 스킵을 해버린다.

방역하다가 사람이 죽을 판이다.. 그냥 항히스타민제 먹고 포기하는게 빠를지경..

엄청 고되고 힘들었다. 그리고 돈벌려고 혈안인 사람들이 가득했다. 안전개념은 개굳.

너무나 안전해서 노말한 현장보다는 일이 한 3배는 늘어지는 듯..

뭐 배운거도 느낀거도 미미해서 딱히 적지는 않겠다.

다만 여기 새기들 한달 못하고 관두면 수수료 30만원 뗀다그러길래 그러라고 했는데

29일째 관뒀더니 수수료 달라길래 노동부 전화하고, 팀장 전화하고, 오만 지라르를 다해서

돈을 받아냈다. 

이상하게 돈빌려주고 잊어버리고 사는 경우는 있어도,

노임은 10000원 하나라도 떼먹는 놈은 지구 끝까지 쫓아갈 자신이 있다.


글이 길어지니까 2부로 나눠야겠다.

후반으로 갈수록 말투 성의없어지는거 같고.. 끈기력 제로 찍싼얘기만 한거 같다고 느끼신다면

그건 맞는 이야기 입니다.

2부에서는

진짜 목수 인생이 시작된 사건과 단기간에 일당 급성장한 썰을 풀어보겠습니다. 또봐요~~


(급마무리하는 이유는 치킨이 왔기 때문인 것임)


목수 1년차 후기 ㅡ 2부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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